2018. 5. 19 ~ 20

1주년 기념 1박 2일 전주/군산 여행 첫째날

이자, 남자친구에게 바치는 짧은 마음의 편지


2017년 5월 25일,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아마도 비가 내려서 땅이 조금 촉촉해진 날이었던것 같다.

또 그날은 양재역에서 퇴근하고 썸남이랑 4번째 데이트를 했다. 그날 그 썸남이 남자친구가 되었고 벌써 우리가 만난지 1주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몇번의 길고짧은 연애들을 해오면서 느낀점은 누군가와 1년을 알콩달콩하게 만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터 싸워서 일찌감치 헤어진 연애도 있었고, 또 몇달의 지친 싸움과 냉전의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1년정도의 연애기간을 채우고 종지부를 찍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면 그냥 몇달 만나다가 남들이 다 식는 그 시점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그런 연애도 있었다.

지금의 이 연애가 내 인생에서 1년넘게 만난 유일한 연애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1년 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사랑으로 가득 채워서 만났다고는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여느 연인들처럼 마음이 아파 눈물도 흘리고 크고작은 다툼도 있었다.

하지만 기념일엔 항상 손편지를 써서 건네고, 주말에는 근교로 여행도 가고, 서로에게 요리를 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힘이 되어줬던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런 추억들을 모아 우리의 앨범을 만들고 앨범은 더 없이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 되었다.


지금처럼 서로를 아끼고 위해주며 2년, 3년, 10년 뒤에도 알콩달콩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지난 1년동안 이런 연애를 해 왔고, 우리는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원래는 5월 25일에 가야했지만, 그날 친구의 네일아트 시험 모델이 되어줘야 해서 한주 전에 미리 떠났다.


그때가 석가탄신일 연휴 시즌이라 우리는 토요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다.

근데 역시 잠 많은 우리커플 이리저리 씻는거 미루고 뒤척이다가 예상한 시간보다 1시간 반 늦게 출발했다.

이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쪽에는 이미 차량 정체가 되어있어서 원래 전주까지 예상 도착시간은 11시 전이었는데, 12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숙소는 한옥마을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한옥집을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했는데, 주택단지에 있어서 굉장히 조용했다.

원래는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숙소를 예약 하려고 했는데, 방 사이즈가 너무 작다고 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었는데, 가격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맘에 드는 편이었다. 

숙소 앞에 차를 대고 '조점례 남문피순대'를 먹으러 도보로 이동하였다. 숙소에서 피순대골목 까지는 초행길이라 그런지 도보로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지난번 전주 여행때 '조점례 남문피순대'를 가려고 했는데 대기가 너무 많아서 그 옆에 순대국집을 갔었는데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조점례 남문피순대'는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를 하며 갔다.


역시나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피순대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데,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기다렸다가 먹기로 결정했다.

대기를 하고 있으면 종업원이 돌아다니면서 메뉴를 주문받는다. 그리고 내부가 넓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수 있었고 음식도 바로 나왔다.



순대국 두그릇을 주문하고, 전주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전주 모주도 주문했다.

피순대 소감은.. 음 지난번에 먹었던 옆집이 더 맛있는것 같다. 하지만 조문례 순대의 장점은 우선 냄새가 없고 고기의 기름진 부분을 사용하지 않아 국물이 매우 맑다. 그리고 들어있는 고기의 양이 굉장히 많은편이라 양껏 먹을수 있다.

피순대를 다 먹고나서야 알았는데, 피순대는 초장을 찍어먹는 음식인것 같다. 우리빼고 다.. 초장에...


모주의 맛은 솔직히 두번다시는 안먹을 맛이다. 쌍화탕에 막걸리 조금 넣은 맛인데 우선 너무 달아서 많이 먹기가 거북하고 마시는 내내 쌍화탕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도수도 2도인가 그래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질 않는다. (...)

모주는 한번 맛을 본것으로만 만족하는걸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한옥마을로 산책하러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매우 많았고, 여행객들은 주로 가족여행보다는 친구나 커플여행이 많았다.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다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한옥 마을에 왔으니 한복을 한번 입어보자 싶어서 우리도 한복 대여점으로 향했다.

마침 새로 오픈한 대여점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대여에 1만원이라고 해서 혹해서 들어갔다.


한복 대여점 안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서로 입어보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하게 골라주시고 머리장식도 이쁘게 해주셔서 만족스러운 한복체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어우동을 고르고 남자친구는 도련님 한복을 골랐다. (변사또옷 입은거 보고싶었는데..)



요렇게 한복을 입고 머리장식까지 마친 뒤 한옥마을로 신나게 나들이를 갔다. 인생샷을 찍겠노라 굳게 다짐하며..

이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정말 막 눌러도 인생샷이었다.



한옥마을이지만 딱히 한복을 입고 찍기 좋은 장소는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옥 담벼락을 찾아서 한장 찍었다. 

그리고 전동성당 앞에서도 한장 찍었다. 신발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와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말 맘에드는 사진이다. 

이렇게 두시간 정도 놀다보니까 사람도 너무 많고 볼것도 갈곳도 없어서 우리는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숙소에 복귀해서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숙소 주인에게 근처 맛있는곳이 있느냐 물었더니 숙소 바로 근처에 막걸리 골목이 있다고 하여 막걸리 골목으로 향했다.

전주 막걸리골목이라고 치면 2인 35000원에 이것저것 안주거리가 나오고 막걸리가 나오는 그런집이 많은데, 너무 상업화 된것 같아서 몇군데 기웃거리다가 그냥 feel 받는곳 아무데나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아저씨 손님으로 가게가 거의 꽉 차있고, 느낌적으로 '아 여기가 바로 로컬 맛집이구나!' 싶었다.



안주 종류는 별로 없었다. 식사가 될수있는 찌개류랑 안주 간단히 할만한 낙지볶음이나 제육볶음 정도? 우리는 매콤한 낙지볶음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근데 세상에 전주가 원래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낙지볶음 하나 시켰는데 밑반찬이 거의 10가지가 나왔다. 

밑반찬으로만 막걸리 한통 다 비우고 있을 무렵 드디어 낙지볶음이 나왔다. 근데 낙지볶음 정말.. 먹어본 것중 제일 매웠다.

매운거 잘먹는 남자친구도 엄청 매워했다. 하지만 다 먹음...


막걸리는 총 3가지를 시음했는데, 개인적으로 남원 생막걸리에 한표!

나는 기본적으로 단 음료는 술을 포함하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막걸리를 고를때에도 많이 달지않고 청량감보다는 살짝 묵직한 느낌을 선호하는데 남원막걸리는 정말 내 입맛에 딱이었다. 저 막걸리 먹으러 전주 다시 가고 싶다.


얼큰하게 먹고 숙소 근처에 유명한 가맥집을 2차로 찾았는데 자리가 정말 꽉 찼고 이미 대기하고 있는 줄도 어마어마 했다.

한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것 같아서 우리는 그 가게의 유명한 황태포만 후닥 포장 하고 술을 사가지고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에서 이준익 감독의 '동주'를 보며 맥주 홀짝홀짝..

만보계를 보니 15,000보를 넘게 걸었다.

맛있고 즐거운 여행 첫날 이렇게 마무리 끝!


다음편은 둘째날인 군산 여행기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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