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7 ~ 19

생애 두번째 제주도 여행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했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잘 생각은 안나지만 내 희미한 기억에 제주도는 별로였었다. 

우리는 제주도 주민들이 사용하는 방언이나 생활양식 등을 학습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할 정도로, 그 당시 제주도는 음식이나 관광지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모든 것이 낙후되어 있었다. 

음식은 너무 맛이 없어서 식당에 가면 나오는 밑반찬에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는 관광지는 천지연 폭포와 섭지코지.

그게 이번 여행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 관한 기억이었다.


우리는 3월 17일 오전 9시 비행기로 출발해서 3월 19일 일요일 저녁 9시 비행기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꽉찬 3일이라 제주도를 다 둘러보고 싶었는데, 제주도가 은근 큰 섬이기 때문에 3일 안에 섬 하나를 다 둘러보는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제주도의 동쪽을 둘러보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서쪽을 돌아보기로 했다.

2박 3일 동안 제주도 동쪽을 돌아보는 여정이기 때문에 조금은 느릿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되었다.


2박 3일 여정 중 첫날 여행

제주공항 - 렌터카 픽업 - 올래국수 - 월정리해변 - 비자림 - 호텔체크인 -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워낙 이른 시간 비행기라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던 탓에 비행기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을 듣고 창을 열어보니 저 멀리 한라산이 보였다. 점점 제주도에 다가가고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동해, 서해, 남해에서 봤던 바다와는 다른 제주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후다닥 공항을 빠져나와 렌터카 셔틀버트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제주도는 공항에서 렌터카 운영을 하는 것이 불법이라 이렇게 셔틀을 타고 조금 가야한다.

렌터카 업체들은 한곳에 몰려있고, 또 한 업체가 여러 상호명을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소셜에서 미리 예약해서 소나타를 하루에 1만원꼴로 렌트했다. 제주도 여행 할때는 렌터카 사전 예약이 필수!



렌터카 업장 안에는 오메기떡, 과일, 막걸리 등 각종 특산품도 판매하고 있으니 미처 못 산 사람들은 여기서 구매 해도 될 것 같다.

후다닥 렌탈을 하여 우리의 두번째 목적지인 올래국수로 향한다.

**렌트카에 네비가 붙어있긴 한데 최신으로 업데이트가 안된건지 올래국수를 찍고 갔는데 예전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렌터카에서 네비 찍을때는 네이버 지도랑 주소를 한번 더 비교해 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올래국수는 공항에서 매우 가까웠다. 한 10분 정도? 우리는 처음에 네비가 옛날 주소를 알려줘서 조금 헤매다가 네이버 주소로 다시 검색해서 찾아갔다.

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 조금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11시 쯤 방문) 20분 정도 기다린것 같다. 

올래국수는 전용 주차장이 따로 없어서 150m 정도 떨어진 마리나 호텔 주차장에 주차하도록 되어있다. 평일은 주차권이 필요하니 올래국수에서 주차권을 받아가야 하고 주말은 주차권이 필요없다고 한다. 

차를 가지고 가시는 분들은 마리나호텔 주차장에 미리 차를 세워두시고 도보로 국수집에 가면 좋을듯!


제주도는 돌과 여자와 바람이 많아서 삼다도라고 한다 그러던데.. 정말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불었다. 그리고 너무너무 추웠다 ㅠㅠ..

20분 동안 밖에서 기다리면서 감기 걸릴까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기다리다 보니까 의외로 차례가 빨리 왔다.



가게 앞에 사람이 북적북적, 사실 올레국수인지 올래국수인지도 헷갈리고 또 이사를 했다고 해서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가게 앞에 사람들 보고 의심이 싹 가셨다. 가게 메뉴는 고기국수 한개로 인원수를 카운터에 말하면 알아서 준비해 주신다. 벽에는 신동엽 등 유명인들의 사인이 걸려있다.

밖이 너무 추웠는데 안에 들어가서 따끈한 국물 한입 하니 얼었던 몸이 녹는 것 같았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제주도라는 분위기 때문인지 맛없다는 후기도 많이 봤던 고기국수인데 정말 맛있게 한그릇 싹싹 비웠다.

참, 제주도는 식당에서 나오는 고추가 다 매운 것 같다. 한입 먹으니 위가 쓰렸다 ㅠㅠ.. 그래도 멈출 수 없어.

같이 나오는 김치가 정말 맛있어서 한번 더 리필해서 먹었다.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있고, 왜 맛집인지 알것 같다.


고기국수로 몸을 녹이고 신나게 월정리 해변으로 출발!



어디를 방문할까 하다가 좋은곳은 다 지나쳐버리거나 또 주차공간이 없어서 결국 카페거리의 거의 끝자락까지 왔다.

그 중에 '기억해'라는 카페에 들어왔다. 카페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있고 3층 테라스도 있어 여름엔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여기가 가장 좋은점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조용해서 참 좋았다.

이 건물 3층에 보면 제주도 캔들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너무너무 이쁜것 같았으나 가게에 들어가면 사버릴것 같아서 들어가진 않았다.

제주도 캔들 구하실 분들은 요기 3층에 가보셔도 좋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소화를 시킬 겸 해변가로 나왔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크.. 이때만 해도 날씨가 좋았지. 우리는 몰랐다. 이 날이 우리 여행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라는 것을....

그래도 바다가 너무 이쁘고 구름도 이뻤고 해변도 깨끗했다. 제주도 바다는 너무 깨끗하고 투명해서 그 속이 다 들여다 보인다.

카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면 햇볕이 바뀜에 따라 바닷물 색이 계속 변한다.


해변을 따라 걷고 사진을 찍고 다시 차로 돌아가려는데 작은 벼룩시장이 열려있다. 또 지나치지 못하고 냉큼 구경하러 간다.

가니까 돌하르방 모양의 초도 팔고, 여러가지 수공예품도 팔고, 에코백도 판다.

그 중에 내 눈에 띈 옷들! 구제옷들인데 맨투맨티 한개에 1천원, 자켓 하나에 3천원이다. 맨투맨 2개랑 자켓 1개를 5천원 주고 구매했다.

(구제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구제냐고 물어볼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서울로 돌아와서 매우매우 잘입고 다닌다!!)


월정리 해변을 뒤로하고 우리는 그 다음 목적지인 비자림으로 향한다.

국수가게 웨이팅 + 카페 앉아서 수다 + 바다구경으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있었다.

오후 2시 반 정도에 비자림에 도착 한 것 같다.



비자림은 입장료 1인당 1500원이 있다. 비자림을 둘러보려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 (그래봐야 1500원..이지만)

비자림은 비자나무로 된 숲인데, 왜 비자나무냐면 나뭇잎 모양이 아닐 비(非)자를 닮아서 비자 나무라고 한다. 정말 모양이 한자처럼 삐죽삐죽 하다.

비자림 안에는 천년된 비자나무도 있고, 또 연인목으로 유명한 연리지가 있다. 

연리지는 곁에 있던 두개의 나무가 오랜 세월이 지나 하나로 이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데, 반드시 뿌리가 두개여야지만 연리지라고 본다고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하며 하나가 되는 것과 같이 왜 연리지가 연인목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연리지에서 사진도 찍고 또 찍어주고 피톤치드를 마시며 걷다보니 어느덧 4시가 다 되어가 우리는 숙소로 향한다.

첫날 묵은 숙소는 '밸류호텔 서귀포 JS',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5만원 정도의 가격에 저렴하게 예약하였다.

우리가 체크인 할때는 중국인 단체손님이 좀 있었는데.. 프론트에 쓰여있는 객실 가격표 보고 정말 깜놀했다. (주말 1박 25만원...)

호텔은 10층 정도로 되어있었고, 우리는 나름 고층인 9층을 배정 받았다.

뷰는 살짝 보이는 오션뷰였지만 이 가격에 이 시설이라니! 우리는 대만족했다.

호텔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이 깨끗하고 냄새도 안나고 정말 가성비 최고다. 서귀포에서 가성비 좋은 호텔을 찾으신다면 추천!


호텔 체크인 하자마자 너무 피곤해서 3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이고 올레 시장으로 출발한다.

우리의 올레시장 미션은 꽁치김밥이랑 고등어회다. 차를 가져가면 술을 못마시기 때문에 ㅠㅠ 시내버스를 타고 올레시장에 간다.

호텔이랑 버스정류장이 멀지 않고, 올레시장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많아서 정말 편하고 빠르게 다녀왔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시장이 딱 보인다. 시장 입구에 들어가니까 내사랑 천혜향이 지천에 널려있다. 이게 바로 행복인가 싶었으나 별로 저렴하지 않아서 실망하며 횟집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우리가 가려고 알아본 곳은 '우정회센터'인데 이 가게만 특별히 꽁치김밥을 판매하고 있다. 회는 포장해서 갈수도 있고, 센터에 딸린 식당에서 먹을수도 있다. 우리는 식당에서 먹고 가는 것을 선택!


식당 앞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식당에서는 이렇게 회를 종류별로 샘플을 만들어 놓고 판매하고 있는데, 즉석으로 회를 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방에 카메라까지 설치해서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주 목적은 고등어회였기 때문에 식당에 앉아서 고등어와 갈치가 들어있는 모듬회를 시키려고 하였으나 현재 고등어회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냥 나갈까 했는데, 오늘의 스페셜인 참돔+우럭+광어만 후딱 먹고 나가서 다른 가게에서 다시 시도 하기로 했다.

살짝 실망해서 회를 먹고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방금 고등어회가 들어왔다고 하셨다. 그 말 듣자마자 1마리 추가 주문 했다. 후후

고등어회 1마리 가격은 15,000원이다.


모듬회 작은거 1개, 고등어 1마리, 꽁치김밥 1줄, 그리고 푸른밤 소주가 지금 1+1 행사를 하고 있어서 푸른밤 소주 주문!



고등어회를 처음 먹은 그 맛은.. 정말 충격이었다. 제주도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엇던 고등어회..

전어를 처음 먹었을때도 그 기름진 고소한 맛에 충격 받았는데, 고등어는 그 고소함이 두배다. 심지어 전어처럼 뼈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우 부드러웠다. 고등어회 안먹었으면 큰일날뻔 했겠다고 감탄하면서 고등어회를 맛있게 먹었다.

식당에서 양념밥이랑 야채를 같이 내주셨는데, 그 조합이 정말 좋았다.

푸른밤 소주도 처음 먹어봤는데, 후레쉬버전은 짧은밤이고 오리지널 버전은 긴밤이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보다 훨씬 맑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제주도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회가 맛있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꽁치김밥은 처음엔 이게 뭔맛이지? 하다가 나중에는 맛있게 먹었다. 3천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듯.



회로 배를 채우고 나서 부른 배를 두들기며 그제서야 시장 구경에 나섰다. 시장 구경이라 쓰고 천혜향 쇼핑이라고 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가장 구석진 가게에서 천혜향을 구입했다. 다른곳은 보통 만원에 6-7개 주는데, 여기는 15개는 받은 것 같다. 후후 핵이득.

맛도 너무 맛있고 상큼했다. 이때 구입한 천혜향은 결국 제주도에서 다 못먹고 서울까지 가져왔다는것이 함정..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렸다. (정류장이 이마트 바로 앞)

이마트에서 신나게 과자랑 제주도 에일, 우도 땅콩막걸리 구매! 한라봉 막걸리도 구입하고 싶었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한라봉 막걸리는 없었다.



숙소 돌아와서 신나게 맥주랑 막걸리를 마시면서 미드를 보며.. 제주도의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제주도 맥주는 생각보다는 맛이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첫 느낌은 마치 우유같은 느낌? 탄산이 거의 없고 조금 크리미한 느낌이 강하다.

살짝 블랑맥주 같이 상큼한 맛도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사가지고 갈 정도의 맛은 아닌것 같다.

우도 땅콩 막걸리는 달달하니 구수했다. 그러다가도 뒤에 쓴맛이 살짝 느껴지니 아 그제서야 이게 막걸린가 할 정도로 달다.

우도 땅콩 막걸리는 한번쯤은 마셔보는 것을 추천!


결국 이 날 우리는 맥주 한 캔, 막걸리 한 병만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는데.. 다음날 호텔에 두고 왔다고 한다.


이상으로 제주도 첫날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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